최근 금융시장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연준의 조기 긴축이다. 연준의 주요 정책 목표인 1) 물가, 2) 고용, 3) 금융환경, 4) 재정지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내년 금리 인상이 시작되나 시장 우려보다 속도는 점진적일 전망이다.
2021년 마지막 FOMC 회의 관심 집중
미국 중앙은행의 수장인 파월 의장은 의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를 버릴 때가 됐다고 발언했다. 인플레이션 압력 장기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더불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속화를 시사해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빨리 긴축으로 전환될 것이 라는 우려가 고조됐다.
12월 회의(14~15일)에서 1) 테이퍼링 가속화, 2) 연준 위원들 금리 인상 전망 상향이 확인됐다. 단기금리 선물시장을 참고하면 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내년 6월 이전 금리 인상 확률을 70% 내외로, 3월 인상 확률 역시 30%로 점친다.
연준 통화정책 바라보는 4가지 키워드
(1)물가 – 상반기둔화,하반기확대
연준이 통화정책 결정을 위해 고려하는 4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내년 정책 행보를 가늠해보자. 연준이 통화정책 정상화를 앞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안정’에 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4분기 들어 전년 동월 대비 6%대 오름세를 시현해 1990년대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잔존한 공급병목 여파와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 될 임금 상승 압력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필요성은 높아졌다.
12월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속도는 높아졌다. 파월 의장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11월에 제시한 월 150억 달러에서 월 300억 달러로 자산매입 축소 규모를 확대해 내년 1분기 말까지 테이퍼링이 종료된다.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을 줄여 물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고 불확실한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정책 여력을 확보하고자 함이다.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연말을 정점으로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물가 급등을 초래한 1) 공급 병목과 2)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이 연말 연초 정점을 통과할 것이다. 3) 경제활동이 코로나 19 이전 수준으로 상당 부분 정상화돼 서비스 물가 상승을 자극할 여력 또한 제한된다. 4)임금 상승으로 대변되는 구조적 물가 상승 압력은 본격화되지 않았다. 인건비 증가가 생산성 개선을 웃도는 내년 하반기부터 임금 부담에 따른 물가 상승이 가팔라질 전망이다.
(2) 고용 – 하반기 취업자 팬데믹 이전 수준 회복
연준은 ‘지속가능한 최대 고용’을 목표로 한다. 그런데 조기 긴축 선회는 자칫 불완전한 회복 상황에 놓여 있는 미국 경제를 재차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미국 실업률이 4% 초반까지 하락해 완전고용에 근접했지만 경제활동인구 감소 영향이 크다. 고용시장 구조 변화와 무관한 취업자 수로만 보면 과거에는 취업자 수 회복에 후행해 금리를 인상해왔다. 1990년대 이후 3차례 경제위기(저축대부 조합 사태, IT 버블, 금융위기) 당시 연준은 취업자 수가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약 1년 후 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던 2010년대 중반에는 2015년말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나 경기 회복 모멘텀이 위축돼 기존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재조정해 1년 후인 2016년 말부터 금리 인상이 본격화됐다. 고용이라는 펀더멘탈 변수만 고려했을 때는 내년 하반기 금리 인상은 이전보다 빠르다.
(3) 금융환경 – 정부 지원 하 완화적
수 차례 위기를 극복해오는 과정에서 연준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변화했다. 금융위기 이전까지 연준은 물가와 고용(=경제)에 중심을 두고 정책을 펼쳤다.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시장 안정 이라는 목표가 추가됐다. 코로나19 사태는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이끌었다. 유동성 환경을 조절하는 통화정책으로 실물경제의 수요 공백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지출을 통해 실물경제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정정책의 보조 역할을 자처했다.
금융시장 여건은 통화정책 정상화를 단행하기에 부담스러운 상황은 아니다. S&P500 지수는 직전 고점 대비 최대 4% 내외 하락하는데 그쳤다. 유동성 및 신용 여건을 나타내는 지표들(TED 스프레드, 하이일드 스프레드)도 11월 들어 오름세 를 보이나 절대 레벨은 코로나 19 위기 이전 수 준에 못 미친다.
주식 및 채권시장에 내재된 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블룸버그 금융환경지수 역시 플러스(+)를 유지해 완화적이다.
다만 중앙은행 및 정부가 시행한 다수의 유동성 및 신용 지원 조치들이 유지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향후 전개 양상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
(4) 재정정책 보조 – 국가부채 디레버리징 고려
아직까지 미국경제의 불완전한 회복 하에 재정 지원은 필요하다. 옐런 재무부 장관은 ‘미국경제가 내년에도 강력한 성장을 할 것이며 실업률 하락, 가계 저축 확대 등을 고려할 때 얼마나 많은 재정지원이 필요한지 연준이 판단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행히 코로나 19로 인한 가계의 소득 감소분을 상쇄하고 남을 정도의 현금성 지원이 이뤄져 가계 자산은 오히려 늘었다. 추가적인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은 제한되며 연준 역시 정부 의 발행 국채 매입액을 조절할 여력이 생겼다.
연준의 테이퍼링이 가속화될 경우 정부 발행 국채를 매입하는 주체가 줄어 수급 공백이 우려될 수 있다. IMF 전망에 따르면 2021년 재정적자는 2.48조 달러, 2022년은 1.7조 달러로 줄어들 전망이다. 약 7,700억달러의 재정적자 감소분만큼 정부는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부담이 줄어든다. 내년 1분기 테이퍼링 종료를 가정했을 때 연준의 국채 매입액은 금년 대비 약 9,000억 달러 축소된다. 예상 국채 발행 감소 규모와 연준의 매입액 축소 규모가 유사해 국채 수급 공백 우려는 높지 않다. 시장금리 오름세를 감안하면 내년 발행될 국채는 보다 높은 이자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및 연기금 등 장기 투자 주체들이 연준의 수급 공백을 상쇄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연준은 정부의 부채 축소를 지원하는 관점에서 금리 인상에 신중할 가능성이 높다. 조기 금리 인상은 GDP 대비 120%를 웃도는 국가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또 인플레이션을 일정 부분 용인할 경우 명목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려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디레버리징)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작년 2분기 이후 가파른 경제 회복 및 인플레이션 압력이 더해져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오히려 135%를 정점으로 완만히 후퇴 중이다.
연준은 장기금리(=이자율) 레벨을 정부의 부채 축소를 지원하는 수준까지만 올리려고 할 공산이 크다. 구체적으로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명목 경제성장률 > 재정적자+장기금리’의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부채(재정적자+ 이자)의 증가 속도를 경제 성장 속도보다 낮게 유지해야 한다.
내년과 내후년 미국 경제의 명목 경제성장률 전망은 각각 7%대 중반, 5% 내외, 재정적자는 4.5%, 3.1%로 예상된다. 이를 통해 추정한 2022~2023년 적정 장기 금리는 2%대 초중반 수준이다.
2000년대 이후 금리 인상기에 장기금리(국채 10 년 금리)와 단기금리(기준금리) 차는 1.2~ 1.3%p 가 유지됐다. 즉, 1% 내외의 기준금리가 정부의 디레버리징을 지원하는 임계점이다. 내년과 내후년에 걸쳐 3~4차례 금리 인상 이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내년 금리 인상 시작. 경기 회복 후행 충격 제한
12월 FOMC 회의를 통해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시계는 빨라졌다. 성명서와 경제지표 전망, 연방 기금 목표금리 점도표, 파월 의장 발언을 종합 해볼 때 2022년 3월 테이퍼링 종료 후 2022년 6 월 첫 금리 인상을 시작으로 내년 2~3차례 인상 을 전망한다.
연준의 행보만 보면 매파적이다. 그럼에도 금융 시장은 안정적이다. 투명한 소통으로 선반영됐고 아니라 금번 정책 결정이 경제 성장을 담보로 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은 연준이 최근 물가 불안에 대응하며 인플레 파이터로 변모해 급격한 정상화에 나설 가능성을 경계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최근 물가 급등이 일시적 요인(공급망 교란, 정부 및 중앙은행의 수요 진작 효과)이 컸음을 언급했다. 정책 정상화 대응이 최근 발생한 물가 급등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보다 향후 고용시장 개선으로 물가의 구조적 상승 압력이 확대되기 때문에 정책 대응에 나선다는 것을 강조했다. 과거 금리 인상 사례를 보면 실물경제 회복에 발맞춘 통화 정책 정상화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