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중순 라가르드 총재가 7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후 채권시장은 7월을 시작으로 12월까지 25bp씩 4차례 인상이 단행될 것을 반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30일 5월 독일 소비자물가가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7월 2차례 인상도 미미하게나마 반영되기 시작했다.
다음 날 발표된 5월 유로존 근원 물가(에너지, 식료품 제외) 상승률은 예상보다 0.6%p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봉쇄 완화가 처음 시작되었던 지난 ‘21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서프라이즈였다. 전방위적인 강한 인플레 압력이 확인된 것이다.
ECB의 목표 물가 상승률은 미국과 다르게 명확한 2%이다. 현재 수치는 이에서 한 참 벗어난 수준이다. 5월 구리 등 일부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안정세를 되찾았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점은 ECB 를 더욱 불편하게 만들고 있을 것이다.
다행히 물가를 잡기 위해 긴축을 감행해야 하는 ECB에게 유럽 고용시장이 굉장히 타이트하다는 점은 안도 요인이다. 실업률은 현재 6.8%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외부 환경 변화(미 긴축 지속)로 노동시장이 흔들린 후에 긴축에 나서는 것보다는 지금이 ECB에게 편하다.
한편 이러한 환경에서는 노동자에게 임금 협상의 우위가 있어, 실제 지불되는 임금이 단체협약임금보다 높게 형성되었다. 소위 임금이 빠르게 높아질 수 있는 “Wage Drift” 상황이다. 고용시장 타이트닝이 해소되지 않으면 임금-물가의 나선형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노동시장을 일부 희생하더라도 예상보다 강한 긴축으로 인플레 통제 의사를 경제주체에게 확인시키고 임금 상승 압력을 낮추는 것이 ECB에게는 최선일 수 있다.
ECB가 강한 긴축에 나서면 수입 물가 상승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 그간 미국과 유럽의 통화정책 스탠스 차이가 커지며(긴축강도 미국>유럽) 달러는 강세, 유로화는 약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과 달리 달러 약세 국면이 아닌데도 지정학 적 리스크로 인해 유가 상승세가 가파르게 이어졌다.
유가 랠리와 유로화 약세가 겹치며 유럽 주요국의 수입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교역조건은 역대급으로 악화되었다. 독일 재무장관은 ECB의 연속적 금리인상 으로 유로화 가치 속락을 방어해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미 연준이 6월 50bp 금 리인상과 양적긴축(QT) 시행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ECB 역시 이와 보폭 을 맞춰야 유로화 되돌림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한다.
결국 애매한 긴축으로는 유로화 강세도, 임금-물가 나선형 인플레이션 가능성 진화도 얻어낼 수 없다. 그렇기에 향후 ECB의 긴축 강도가 예상보다 강할 가능성을 보고 있다.
이는 유럽 경기 모멘텀 둔화로 이어질 것이다. 유럽 경제성장률, 더 나아가서는 기업 매출단에 대한 눈높이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 이미 5월 중순 ECB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 이후 유럽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 되었다. Stoxx 50 지수 내에서 매출 증가율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가 높은 高 경기 베타 종목의 시총 비중은 62% 에 달한다. 이익 전망치의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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